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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는 예술인가? 콘라드 랑게, 휴고 뮌스터버그, 리치오토 카뉴도, 제7의예술
    Film/What is Film 2020. 10. 16. 13:12

    영화는 예술인가? 

     

      영화가 예술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다른 에술과 비교하여 100여년 밖에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가졌고, 빠른 시간에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누군가에게는 오락거리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미술, 음악등과 같은 예술들은 18세기 산업혁명이 있기 전까지는 일부 상류계급에 한하여 향유되어 왔고 대중화에 접어든 시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와 반면에 영화는 그 탄생 시점부터 남녀노소 따지지 않고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매체이다. 또한 복제성이 뛰어나 언제 어디서나 누그든지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여가를 제공해 준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에서 다른 예술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희소성이 영화에서는 미미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는 예술이 아니라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 영화에는 이전에 있었던 예술(회화, 조각, 음악, 건축, 문학, 무용)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를 무엇인지 밝히려 했던 학자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영화 비예술론

      독일의 미학자이자 유빙겐 대학교수 콘라드 랑게(Conrad Lange)는 그의 저서 『현재와 미래의 영화 Das Kino Gegenwar und Zunkunft』를 통해 그가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기술하였다. 먼저 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상상력을 통한 환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술의 본질은 자연에 있지 않고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만든 환상에 있다고 한다. 예를들어 조각에서 우리들이 느끼는 미는 자연미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미이다. 조각상 <원반 던지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마치 움직임이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 상상이 되고 더 나아가 환상으로서 그 움직임을 느끼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예술의 미라는 것이다. 랑게는 이와 같은 자신의 주장을 '환상미학'이라고 지칭하였다. 그리고 영화가 예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근거로 내세웠다.

     

    첫째 영화는 무엇보다도 움직이는 영상이다.

    둘째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 때문에 복제의 성격이 강하여 창조적의 미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우리의 상상력을자극하지 못하고 환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예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

    셋째 다만 영화의 사회성과 교육성을 높이 평가 한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기록영화나 고전극을 영화화한 영상자료 등을 높이 평가 하여 영화를 이렇게 활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랑게의 입장은 영화를 이분법적인 논리로 바라보고 좀 더 다각적이고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랑게의 주장에 따르면 고전극 햄릿의 무대공연을 영상자료로 제작한 DVD는 높이 평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예술론

      심리학자이자 미국 하버드대학의 교수인 휴고 뮌스터버그(Hugo Munsterberg)는 저서<영화, 그 심리학적 연구 The Photoplay, a Psychological Study>에서 영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영화가 현실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랑게의 주장과는 상반된 입장으로 가지고 있다. 그는 심리학자답게 심리학의 시각으로 영화가 연극과 다르다는 점과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첫번째로 클로즈업(Close up)이다. 클로즈업은 연극에서는 표현 할 수 없는 영화의 독자적인 기능이라 하였다. 그리고 인간이 현실에서 하나의 의미를 선택하고 조작하는 심리적인 주의집중이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는 객관성 보다 조작된 주관성이 내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영화를 볼 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게 만드는데 이는 기존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감독은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고정시킨다. 

     

     

     

      두번째로 주목한 것은 플레시 백(Flash back)이다. 플레시 백은 장면의 순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보여 줄 수 있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기억력과 상상력을 표현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영화 <올드보이>의 플래시 백 장면

     

     

      예를 들어 영화 <올드보이>의 미용실 씬의 플래시 백은 절묘한 이미지와 사운드의 매칭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의 물리적인 시간을 거슬러 과거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때 관객은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과거 장면을 회상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사실이 영화가 갖는 독자적인 시간성과 공간성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클로즈업과 플래시 백과 같은 기능은 영화를 독자적 시간성과 공간성을 갖게 해준다. 또한 물리적 현실과는 다르고 심리적 작용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따라서 인물의 감정에 쉽게 동화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감정이입'의 예술임을 증명한다.

     

      이탈리아 학자 리치오토 까뉴도(Ricciotto Canudo)는 영화를 예술로 보는 명확한 입장을 보인다. 그는 영화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제 7의예술'로 부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예술은 크게 조형예술과 리듬예술로 나뉘는데 조형예술은 건축, 조각, 회화로 움직이지 않은 예술이고, 리듬예술은 음악, 무용, 시(문학)로 움직이는 예술로 보았다. 따라서 이 두 갈래의 예술이 하나로 결합된 것이 영화로 보았다. 한편 '제 7의예술'은 일곱 번째로 탄생한 예술이란 의미이며, 6번째(건축,조각,회화 음악,무용,시)까지의 예술을 모두 포함하는 '종합예술'임을 나타낸다. 여기서 '종합예술'은 하나로 합져진다는 뜻이 아닌 하나의 예술이 각각의 개성을 유지 한 채 조화롭게 창조되는 '총체예술'의 개념이다.

     

      카뉴도는 예술의 기원을 인간존재로 부터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최초인간은 집이라는 건축물을 지었으며 집에 어울리는 그림이나 조각을 만들었고, 삶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시작 하였으며, 그 음악에 맞는 춤을 추었다. 또한 음악과 춤에 맞게 가사와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고 이것이 문학으로 태생되었던 것이다. 이 모든것이 완성되어 하나로 종합된 형태의 예술이 바로 연극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뒤에 나타난 영화는 이것들을 다시한번 종합한다고 보고 있다.

     

      영화탄생 시점에는 영화가 예술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건 분명하다. 그리고 산업화 시대에는 예술보다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예술이 아니라는 의견이 새롭게 등장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앞으로 다룰 영화 사조를 살펴보면 나라별, 시대별로 영화가 예술로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예술적 기능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창조의 미로 나아가기 위한 영화 예술인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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